단순함에 대한 단상
'단순하게' 라는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그저 단순히 적은 것을 말한다면, 거지는 최고의 단순함을 누리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주의를 분산시키고, 공간을 차지하는 물품들을 줄이고, 기타 요소들을 최소화함으로서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거지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쯤에서 노자의 도덕경의 한 구절을 살펴보자.
'세상 사람이 모두 아름다움[美]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데서 추함이라는 관념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착함[善]을 착하다고 여기는 데서 착하지 못함이라는 관념이 나온다. 그러므로 유(有)와 무(無)는 서로 그 대립자로부터 생겨나고, 어려움[難]과 쉬움[易]은 서로를 채워 주며, 긺 [長]과 짧음[短]은 서로를 분명히 해주고, 높음[高]과 낮음[下]은 서로 의논하며, 음(音)과 성(聲)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前]과 뒤[後]는 서로를 따르게 마련이다.' 1
미(美)가 있어야 추(醜)가 있고, 추(醜)가 있어야 미(美)가 있다. 유(有)가 있어야 무(無)가 있고, 무(無)가있어야 유(有)가있다. 서로 상대되는 개념이 없으면, 자신은 성립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거지는 부자가 있어야 거지가 된다.
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거지는 이미 미니멀리스트이다. 그러나 미니멀리스트의 행복은 누리지 못한다. 왜냐면 그가 가진건 '비자발적' 단순함이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거지가 아니라면 말이다. 거지의 마음속에는 가난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부(富)를 꿈꾼다. 그것을 가져본적이 없기때문에, 그것이 주는 폐해도 알수 없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단순함에서 행복을 가지지 못한다.
다시말하면, 거지에게는 빈(貧)만 있고, 부(富)가 없다. 그래서 부를 항상 꿈꾼다. 가지지 못한것을 꿈꾸며...
단순함이 주는 행복을 얻으려면 복잡함을 알아야한다. 복잡함속에서 단순함의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면 되려면 복잡함을 배우자. 크로스핏, 역도, 체조, 케틀벨 등등 많은 운동을 접해보자. 그러면 그 복잡함 속에서 나만의, 나를 위한 단순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병통치약은 없다(적어도 아직까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하면 어떤사람은 효과가 있고 어떤사람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나만을 위한 심플한 운동처방은 있어도, 모든사람에게 100% 통용되는 심플한 운동처방은 없다.
단순함을 추구하며, 단순한 운동법을 설파하고있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훌륭함과 별개로, 배우는 우리들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면 우리는 앞서말한 거지가 될 것이다. 그건 단순함이 아니다. 비교대상을 잃은, 복잡함이 없는 단순함은 단순함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니멀리스트여, 복잡함을 즐기고 그 속에서 단순함의 꽃 한송이를 찾는 즐거움을 발견하시길.
- 노자, 도덕경, 범우사, pp.24~25. [본문으로]